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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매우 유명한 등장인물 관우의 일화 속에 오늘날로 치면 경력직을 차별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공공기관에서도 경력직을 채용할 때 관우가 황충을 무시했던 상황과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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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 삼국지 14 관우 일러스트

1. 삼국지 유비의 오호대장군 탄생 과정

2천여 년 전의 중국 삼국시대를 다룬 삼국지연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국민적 소설에 가까운 필독서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오늘날 신으로까지 모셔지는 유비의 부하이자 촉나라 오호대장군  관우만큼 유명한 인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인물이 경력직을 차별했다고?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이 책을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었는데, 읽게 된 계기는 선생님이 추천하는 필독 도서이기도 했고 부모님께서도 가끔 읽어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한 권으로 된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우연히 친구집에서 요코하마 미츠테루가 쓴 60권짜리 만화 삼국지를 접하게 되면서 유비, 관우, 장비 등이 등장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이 전개되는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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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미 미스테루 만화삼국지 60부작

그런데 어린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219년 유비가 한중왕이 되고 촉나라의 기틀을 세우면서, 공적과 능력이 출중한 무장 5인을 오호대장군에 임명하는 장면이었다. 이들 다섯 명은 삼국지연의 기준으로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이었다. 참고로 삼국지정사에서는 조운이 오호대장군에 없었다고 한다. 이때 관우는 형주를 지키고 있어서 서신으로 임명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관우는 대놓고 경력직으로 들어온 황충이 포함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 배경은 무엇 있을까?

 

2. 관우의 경력직 차별 배경

관우는 오호대장군 중 한 명인 황충이 자신과 동급으로 승진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유비가 한중왕이 되기 전인 184년부터 함께하며 30년이 넘는 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유비군에서 사실상 서열 이인자에 가까운 관우에게 짧은 기간 이룩한 황충의 공적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참고로 삼국지연의의 다른 버전과 드라마 등에서는 황충이 아닌 마초가 언급되기도 한다. 혹시 중국 드라마 신삼국지 다시 보기를 원하시면 아래를 참고하시라.

 

중국드라마-신삼국지-다시보기-바로가기-링크
중국드라마 신삼국지 다시보기 바로가기

 

중국드라마-신삼국지-오호대장군-임명-장면
중국 드라마 신삼국 오호대장군 임명 장면

황충의 가장 대표적인 공적은 유비의 한중 정벌 시 세운 정군산 전투 승리이다. 이때 황충은 조조 휘하의 맹장 하후연을 참수하고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그 이전의 황충은 약간의 과장과 허구가 가미된 삼국지연의를 놓고 보더라도 딱히 내세울만한 이력이 없다. 오히려 삼국지연의에서는 나관중이 상상력을 발휘해 황충이 관우와의 1대 1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이야기를 추가하는데, 이 때문에 독자들이 황충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이다. 즉, 황충이라는 인물은 정군산 전투 전에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한다면 관우의 경력직 차별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의와 절개의 대명사인 관우가 질투심 가득한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어린이인 필자가 보기에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3. 공공기관 경력직 채용 차별

그런데 현실에서는 과거 2천여 년 전 삼국지 관우의 행동이 그 양상과 과정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보다는 공공기관에서 그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공공기관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세금으로 운영되며, 정규직으로 한번 채용되면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 반면 민간기업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민간기업보다 공공기관에서 그러한 차별 행위를 더 많이 볼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앞서 기술한 공공기관의 특징에 답이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검증하고 실무를 현재 재직자들과 손발을 맞출 정도로 할 수 있어야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배경을 뒤에 업고 입사를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거나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력직 채용을 통해 일단 정규직으로 들어오게 되면 아무리 일을 못하더라도 본인이 떠나지 않는 이상 정년이 보장된다. 오히려 경력직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기존 직원들의 도움과 배려, 그리고 희생이(기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참고로 공공기관 경력직 채용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라.)

 

공공기관-경력직-채용정보-바로가기-링크
공공기관 경력직 채용정보 바로가기

그렇기 때문에 경력직이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재직자들은 경력직에 대한 채용이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인사 및 승진 정체가 심한 공공기관은 연차와 업무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경력직의 대우가 기존 재직자들보다 더 좋은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기존 직원들이 경력직에 대한 보이지 않은 차별이나 텃세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황충에 대한 관우의 불만은 지금에 와서 보면 귀엽게 봐줄 수 있을지 모른다. 황충이나 마초나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제 아무리 관우와 같은 관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이외의 촉나라 내에서 명성, 위신, 권세, 인맥 등 모든 부분에서 관우가 절대적으로 앞섰기 때문이다. 즉, 관우는 충분히 대우를 받고 있기도 했고, 또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인정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력직 채용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연차가 아무리 쌓여도 제자리에 가까운 급여 수준과 인사 정체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공공기관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기업, 공단 등의 공공기관에서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는 모험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에는 정부 기관에서 경력직을 곧바로 채용하는 것보다는 기존 직원 중 자격요건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경력자 채용을 특수한 자격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직에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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