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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연봉 체계와 직무급제 등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속 기관마다 월 급여와 보상 체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와 관련된 개인적 의견과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공공기관 연봉 체계와 직무급제

공공기관 연봉 체계는 공무원 조직과 비슷하게 연차가 쌓일 때마다 월 급여가 상승하는 호봉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호봉제에서 해마다 상승하는 임금은 물가상승률 정도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직원들이 절대 나아진 미래를 꿈꾸거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가 힘들다. 그리고 만약 공공기관 급여가 호봉제로만 전부 결정된다면, 능률과 성과가 날이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는 공산주의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반대로 호봉제가 능력이 없는 직원들에게도 해마다 임금을 상승시켜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직무급제인데, 직무급제는 근무년수와 관계없이 업무 난이도와 성과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매우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본인 역시 이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하지만 문제는 업무 난이도와 성과를 체계화하는 것이다. 기술직이나 생산직 등의 경우에는 이를 어느 정도 체계화할 수 있지만, 행정사무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2027년까지 공공기관 200여 개를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시킨다고 발표했지만,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아래에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 내용을 올려 드리니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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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공기관 연봉 만족도

공공기관 연봉체계와 직무급제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공공기관 연봉 체계는 호봉제를 기본적으로 채택하되, 공무원의 급수체계처럼 승진이 반영된 직급제가 포함되어 있다. 공무원이 9급, 8급, 7급 등의 급수체계라면, 공공기관은(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무, 주임, 과장, 차장 등의 직책과 5급, 4급, 3급 등의 직급이 존재한다. 그래서 모르는 주변이나 지인 등이 공공기관 직원에게 몇 급이냐고 물었을 때, (예를 들어) 5급이라고 말하면 고위공무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급수 체계도 어떤 기관은 5급에서 시작하는 기관도 있고, 또 어떤 기관은 7급에서 시작하는 기관도 있기 때문에 급수는 크게 의미가 없다.

보통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자신의 연봉을 말하거나, 상대방의 연봉을 물어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본인 또한 굳이 나의 연봉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여러분께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본인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아마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현재 나의 공공기관 연봉 만족도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회사 연봉을 논할 때는 단순히 월급뿐만 아니라 정년과 복지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겠지만, 얼마 전 본인이 현재 연봉에 대해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진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3. 공공기관 연봉, 비슷한 시작과 너무나도 다른 결말

앞서 공공기관 연봉 체계와 직무급제 도입 등이 기관마다 매우 다르다고 했는데, 현재 시점에서 본인이 여러분들께 강조점을 두고 말하고 싶은 것은 실제로 받은 월급여와 연봉에 대해서이다. 취업준비생, 이직을 준비하는 회사원, 공공기관 재직자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공공기관 연봉체계와 직무급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편차가 있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기관별 실 수령액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 본인과 같은 대학교를 먼저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3년 일찍 시작한 한 선배를 거의 5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졸업 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연락을 하다가 지방으로 발령을 가는 바람에 거의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전국에 지점이 있는 금융 공기업에 재직 중이었는데, 5년 만에 다시 위 쪽으로 발령을 받았다. 마침 발령받은 곳이 본인의 회사와 가까운 곳이어서 퇴근길에 그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치 군대 선임을 만난 것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솔직하게 나눴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회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편해서인지 무의식적으로 나는 현재 재직 중인 공공기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쏟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에 전혀 사심을 가질 것도 없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그 선배는 이야기를 듣던 중에 갑자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아직 MZ(세대)네."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자 신선한 충격이 왔다. 본인 또한 원치는 않지만, 이제 회사에서는 후배들의 눈치와 변화된 환경에 끊임없이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 꼰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견사원인데, 그런 대화 도중 나를 MZ 세대라고 평가한 것이다.

선배의 그 말이 본인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고,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의 연봉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물어봤다. "형, 연봉 얼마 받아요? 아니, 월 실수령액이 얼마예요?" 그와 나의 연봉을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월 실수령액은 백만 원 단위의 앞자리가 숫자로 치면 3이나 차이가 났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각자의 급여 중간 자리가 1일 때와 9일 때의 차이가 크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계산해 보시라.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중위소득은 250만 원 정도이다. 월급 앞자리 차이가 3이라면 그 선배는 사실상 근로자 평균 소득의 2배 이상을 월급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아래에 근로자 소득 통계를 알려 드리니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방문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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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다니는 공공기관 연봉을 듣고 나자 그가 나에게 MZ세대라고 평가한 발언이 이해가 되었다. 그 정도 월급을 받으면 회사에 대한 불만보다는 조직을 생각하는 관점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와 나의 공공기관 경력연수는 만 3년 정도이며, 첫 월급은 약 60~70만 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자, 취업준비생, 이직을 준비하는 회사원, 공공기관 재직자 등 모두가 알아야 할 사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보다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경우이든 가고자 하는 공공기관의 현 연봉체계와 실 수령액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설계가 비효율적으로 되어 있거나, 급여가 적다면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기 어렵다.

그 선배가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배 아프거나 부럽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정말 아니라고..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 재직 중인 공공기관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연차이고, 본인이 상대적으로 더 강도 높은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연봉의 차이가 큰지에 대한 일종의 자괴감이다. 그것은 곧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 연결이 된다. 오늘도 이 같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회사의 대한 불만을 뒤로한 채, 잠시 후 부장님을 모시고 출장지를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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