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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직장생활과 인사이동 첫 번째 글을 통해,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부서장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풀었다. 이번에는 배치 후 3개월 동안 그와 어떻게 그럭저럭 관계를 형성했는지를 풀어보고자 한다.

 

1. 공공기관에서의 인재의 중요성

첫 번째 글(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라.)에서 밝혔듯이 그는 회사 권력의 정점에서 실각한 인물이었다. 공공기관 직장생활에서 실각했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 상황을 내포한다. 첫 번째는 기관장이나 다른 상사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서 쉬운 일도 어렵게 결정되거나,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신과 친하거나 원하는 부서원들을 자신의 밑에 두기 어려워진다.

 

★ 공공기관 직장생활과 인사이동(첫 번째 이야기) 바로가기★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던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공기관에서의 상사가 자신의 밑에 좋은 인재가 필요한 이유와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중국 드라마 신삼국지에서 제갈량과 대화하고 있는 유비 장면을 캡처한 사진입니다.
중국 드라마 신삼국지에서 제갈량과 대화하고 있는 유비

1. 사내 비공식정보(직원 간 인간관계, 기관장 의중 및 동향 등)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2. 사견 및 험담을 그나마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다.
3. 공과 사의 경계가 애매한 일을 눈치 덜 보고 시킬 수 있다.
4. 굳이 일일이 말을 안 해도 상사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안건을 가져오거나 상황을 만들어준다.
5. 업무능력이 평균 이상이어서 자리를 비우거나 휴가를 갈 때 불안하지 않다.

이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겠지만, 언뜻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다. 공공기관 직장생활과 인사이동을 경험한 이들 중에 상기 기술 내용에 대해 크게 반박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이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새롭게 만난 부서장을 대했다. 당연하게도 본인은 위 다섯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만능 부하직원은 아니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와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노력했을까?

2. 공공기관 직장생활 인사이동 후 적응 노력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역시 직장생활과 인사이동을 겪다 보면 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뒷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본인은 사내에서 비공식 정보에 밝은 편은 아니다. 다만, 이미 권세를 잃은 부서장에게 대부분 다른 직원에 대한 험담이나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비공식 정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20여 년이 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비공식 정보보다 자신의 에너지를 아끼고 서서히 퇴직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이미 실세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더 올라가기 위해 남을 헐뜯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업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부서장이 지시하는 모든 일은 (회사생활 내내 그래왔었지만) 더 꼼 꼼 하게 메모를 했고, 최대한 빠르게 피드백을 전달했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그를 대신해 간부회의에 들어갈 때는 그가 마치 회의장에 있었던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모든 내용을 정리해서 카톡을 보냈다. 그에게 답장을 받은 것은 정확하게 5번째 메시지를 보냈을 때였다. 오케이, 수고했어요(요즘 상사들은 문자를 보낼 때 반말을 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고생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무런 답장이 없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또 다른 예는 갑작스러운 업무지시나 출장명령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다. 기관 특성상 출장을 갈 일이 종종 있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여기서 말하는 출장은 1박 2일 이상의 숙박이 필요한 외근을 말한다.). 주로 윗사람을 모시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출장을 가게 되면 저녁 시간 이후에도 외부 관계자와의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본인은 어느 정도 회사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출장 명령을 직감적으로 거부하면 안 된다는 무의식적인 본능이 있다. 그리고 그 거부는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상황이 시시때때로 바뀔 수 있어서 출장이 취소될 수도 있는 비과학적인 예측이 전제되어 있다. 부서장은 출장 명령을 나에게 어렵사리 이야기했으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용하는 본인의 대답을 듣고 아주 잠시 흡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출장은 취소되었다.

3. 공공기관 직장생활 인사이동 후 적응결과

한편, 공공기관 직장생활 또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연차와 연륜이 쌓인 상사들은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주식이나 인터넷 서핑 등을 하며,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 것을 금방 알아챈다. 다만, 시대가 바뀌어서 그것을 얘기하지 않을 뿐이다. 본인은 원래부터 근무시간 중에 딴짓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부서장의 모든 지시를 최대한 빠르게 이행하려고 하다 보니 일 말고 다른 것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평상시 말수가 적은 부서장을 보며, 업무상 전화도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부서장은 나에게 후배직원이 없을 때 한마디 던졌다. “할 이야기 없으면 회의 좀 빨리 끝내지. 무슨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 역시 한 사람의 평상시 행동은 직장생활에서의 업무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상과 같이 공공기관 직장생활 인사이동 후, 새로운 부서장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 나갔다. 앞서, 내 업무 스타일에 대한 그의 순간적 반응을 기술했는데, 그 순간들이 차츰차츰 쌓이고 약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언젠가부터 그는 내게 출근 후 업무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보고서 작성이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 주제와 소제목 정도만 제시할 뿐, 그 이후의 프로세스는 사실상 위임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미주알고주알 메시지를 보내거나, 중간중간 의사결정을 받을 일도 거의 사라졌다. 지시를 받은 후 결과물을 가져가면 거기서 대부분의 일이 종결됐다.

이러한 변화는 나의 노력도 있겠지만, 그가 회사 업무에 대해 큰 애착이나 열정이 없어진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시한 자료나 보고서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하는 유형의 상사이다. 그가 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요즘 같은 시대에도 부하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강단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은 이제 승진을 기대하기보다는 업무적으로 상사에게 크게 지적받지 않고, 다른 직원에 대한 험담을 최소화하며 회사생활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공공기관 직장생활과 인사이동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만의 자존심을 지키고 앞으로 남은 회사생활을 평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차선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평생 철밥통이라는 공공기관 취직 후 특히 좋아하셨던 어머니를 떠올려도 회사에 감사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물론 회사 또한 나라는 직원에 대해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10년 후의 나는 또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 의문을 가져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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